항상 맛집 찾는 게 일이다. 굳이 일일이 찾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막상 누군가와 식사 약속을 잡게 되면 어딜 가야하나 하는 막막함이 앞선다. 꼭 손님이 아니더라도 오랜만에 가족끼리 외식을 나가기로 해도 같다. 스마트폰에서 관련 어플을 켜본다. 평점도 좋고 리뷰도 많지만 소위 '작업'한 건 아닌가 하는 직업병이 발동하기도 한다. 언젠가 가보니 실망했던 기억도 한몫했을 거다. 재미있게 받아보는 뉴스레터 '앨리스모먼트 alicemedia.co'에서 전국 맛집 맵을 소개했다. KBS에서 방영된 음식 콘텐츠를 큐레이션 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만들어 공개한 맛집 지도란다. 오래된밥집, 탕.찌개 등 카테고리별로 구분되어 있어 골라보기 편하다. 내가 괜찮게 생각했던 식당도 있어 그런지 신뢰감이 팍팍 든다. 이제는 자..
중년의 나이, 아버지란 이름으로, 가장의 이름으로 산 지 조만간 20년이다. ‘아빠는 눈 세 개 달린 괴물과 싸우러 세상에 나간다’고 아빠의 존재가 동화 속에서 묘사된 기억이 난다. 사회성이 그리 풍부하지 않은 성격이기에 가장의 역할은 너무 무겁고 힘들다. 하지만 내려놓을 틈이 없다. 멈추면 가족이 멈추기 때문에. 그게 두렵기 때문에 쉬지 않고 가야만 한다. 오늘 80 넘은 아버지의 부상 소식에 걱정과 더불어 바로 알리지 않은 것에 괜스레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서도 아버지에게 역시 바로 연락하지 않은 와이프에게 짜증을 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원망은 아버지에게로 향했다. 나도 살아야겠기에, 극복하지 못해 성숙하지 못해 아버지와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어때야 한다”는..
"어른되면 쓸모도 없는 것 같은데 수학은 왜 공부해야 하는 거야?" 아이가 이렇게 묻는다면 이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1) 무시 혹은 비난"쓸데없는 생각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그런 생각만 하고 공부는 안하니 네가 그모양 그 꼴인거야"2) 현실 직시"대학가야지" "대학가려면 영어, 수학은 무조건 잘해야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계산이 빨라야 해"3) 이성적이고도 친절"문제 푸는 과정을 배우는 거야, 세상을 살아가면서 닥치는 많은 문제들을 끈기있고 효율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수학공부는 필요한 거야" 당신이 생각했던 대답은 어떤 것인가요. 위에 나온 대답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런 대답을 원했을까요. "수학이 어렵구나, 아빠/엄마도 어릴 때 그렇게 생..
당신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나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가 멀다하고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명백하게 아이가 잘못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혹은 기대대로 반응하지 않아서 분노하게 됩니다. 더구나 회사에서 안좋은 일이 있는 경우, 평소에는 그냥 넘어갈 일에도 참지 못하곤 합니다.화를 내고난 뒤에는 늘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더불어 자기합리화 단계를 거칩니다. "내가 너무 심했나? 좀더 유연하게 대화로 하면 되지 않았을까?" "영화에 나오는 외국 부모들처럼 친구처럼 멋진 말로 타이르면 어땠을까?" 그러면서도 "오늘 애 행동은 바로잡을 수밖에 없었어" "평소에도 그랬는데 걱정이야. 잘 가르치지 않으면 커서 더 힘들거야. 다 그 아이를 위한 거야" "바깥에서 너무 힘들었어. ..
두려움은 결코 아무런 이유없이 생기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떤 종류가 됐든 두려움은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생기는 후천적 감정이다. 예를 들면 높은 곳에 올라가면 느끼는 고소공포증의 경우 어릴 적 언젠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치거나 매우 놀란 경험이 있거나 유사한 경험을 통해 생겨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무의식적으로 각인된 무엇인가가 두려움이라는 감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호랑이가 두렵다는 것은 ‘잡아먹힐 수 있다’라는 사실을 학습했기 때문이지 현재 호랑이의 공격을 받고 있어서가 아니므로 두려움의 실체는 실제로는 없고 우리 스스로가 만든 허상이라 말할 수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두려움은 과거의 흔적이 현재에 대응하는 감정이다...
두려움은 곧잘 다른 감정과 논리 뒤에서 숨는 경향이 있다 두려움이란 감정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솔직한 감정 표현이 부정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두려움이란 감정은 기쁘다든지 슬프다든지 등 다른 감정과 달리 쉽사리 표현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두렵다는 것은 '겁쟁이' '비겁' '열등' '위축' 등 부정적인 단어들과 바로 연결되어 자존감에 심각한 생채기를 내기 때문에 많은 경우 인정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우리는 본능적인 자기방어 기제 그리고 후천적 학습을 통해 반복적으로 감정 숨김을 훈련하게 된다. 어린 시절 떠올려보면 '용기는 긍정-두려움은 부정'이라는 전형적 관점을 부모가 가르치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부정적 감정을 부정하거나 숨기게 된다. 특히 한국같이 예의범절과 유교적 태도를 강조하는 사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