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의 이글루스 인수 유감

블로그 전문사이트 이글루스SK커뮤니케이션스에 넘어간다.

전혀 상업적인 냄새가 없고 그래서 API를 공개하는 등 오픈형 서비스로 많은 블로거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글루스가, 상업적 성공은 이뤘지만 패쇄적인, '도토리'로 상징되는 상업적 냄새가 흠씬 풍기는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네이트에 넘어갔다.

물론 이글루스가 밝혔듯 이글루스를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블로그 전문 서비스로 성장시키겠다.....유무선 연동 인프라의 지원......다양한 플랫폼과 결합......차별화된 1인 미디어로 발전이라며 이글루스 블로그 서비스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자본력과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 같다.

한편 SK커뮤니케이션스는 전문 블로그 이글루스가 싸이월드(미니홈피), 통 등 1인 미디어서비스 중심의 SK커뮤니케이션즈 핵심 포트폴리오와 유기적으로 연계......기존 이용자들에게 다양하고 만족도 높은 1인 미디어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1인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서비스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라며 네이트의 약점이었던 블로그를 보완해 1인 미디어를 강화하려는 전략을 세우는 듯 하다.

기술력과 서비스 강점을 지닌 싸이월드가 자본과 강력한 마케팅력을 만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듯이 이글루스 또한 가입형 블로그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네이트의 보도자료에도 언급됐듯이 SK커뮤니케이션스의 유무선 연동 인프라는 이글루스의 성장에도 큰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글루스가 네이트에 넘어간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현재 이글루스에 포진했던 수많은 블로거들의 데이터들을 볼모로 네이트가 영업 전략을 구사하거나 이글루스의 매력포인트였던 오픈형 서비스전략 -- 블로그를 '사용자 참여와 공유'라는 웹2.0의 선도적 서비스 형태라고 볼 때 -- 이 대기업의 치밀한 비즈니스를 포장하는 마케팅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 지, 싸이월드의 예에서 걱정스럽다. 네이버나 다음, 엠파스와 같이 상당한 기술력을 뒷배경으로 하는 업체와 달리 네이트는 대기업의 자본력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커온 기업이다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더구나 SKT라는 오프라인 모기업을 둔 SK커뮤니케이션스가 수익성이나 상업성 외 다른 요인을 우선순위에 둘 수 있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P.S. 예전 회사에 블로그를 도입할 때 온네트의 이글루스을 강력히 추천하고 연락을 취한 적이 있다. 돈을 떠나서 시장에서 상당한 레퍼런스로 작용해온 우리 회사였지만 온네트는 일언지어에 거절했었다. 담당자의 이야기가 "우리는 블로그 서비스 업체이지 블로그라는 솔루션을 팔 지는 않는다"거였다. 당시에 난 상당히 신선한 인상을 받았었는데...15억에 서비스 전체를 팔아버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