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극복이 아니라 해소하는 것이다

두려움은 결코 아무런 이유없이 생기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떤 종류가 됐든 두려움은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생기는 후천적 감정이다. 예를 들면 높은 곳에 올라가면 느끼는 고소공포증의 경우 어릴 적 언젠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치거나 매우 놀란 경험이 있거나 유사한 경험을 통해 생겨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무의식적으로 각인된 무엇인가가 두려움이라는 감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호랑이가 두렵다는 것은 ‘잡아먹힐 수 있다’라는 사실을 학습했기 때문이지 현재 호랑이의 공격을 받고 있어서가 아니므로 두려움의 실체는 실제로는 없고 우리 스스로가 만든 허상이라 말할 수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두려움은 과거의 흔적이 현재에 대응하는 감정이다. 


두려움이란 감정에 대하여라는 글에 언급한 예, 부모의 교육열은 사랑이라고 포장되지만, 근본적 출발은 두려움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 부모와 학교로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잔소리와 간혹 폭력으로 행사된 공부에 대한 강요를 떠올려보면 된다. 


어른이 된 지금도 솔직히 성적이 떨어지면 왜 혼이 났어야 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소위 학벌이나 가방끈에 대한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떠올려보자. 혹은 자식의 공부(학벌)로 인해 비교하는 마음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어찌보면 자식의 삶에서의 행복과는 지극히 무관한, 부모 자신의 두려움으로부터 시작한 ‘교육열’이기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네 아이들은 당연하게도 ‘두려움’을 무의식적으로 내재화하고 학습하고 있다. 


두려움은 극복할 수 있나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글들이 많다. 언급되는 방법이 두려움을 느끼는 대상 혹은 상황을 반복 훈련하여 극복하자는 류이다. 예를 들면 고소공포증의 경우 자꾸 높은 곳에 올라가보자는 말이다. 하지만 자꾸 올라가는 것 자체가 두려움을 오히려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고 설혹 한번 괜찮았다고 해도 다시 또 괜찮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근본적 해결이 아닌 이유다. 


부모의 교육열의 경우는 어떤가. 원인이 두려움이라고 치자.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당장 아이 실력은 변하지 않을텐데 극복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주로 대상이나 상황이 명확한 물리적 두려움만을 말하기 때문에 ‘극복’이라고 쓸 수 있다. 근본적 해결이 안되는 이유다. 


두려움이란 감정을 인지하자. 현재 내가 두려워하고 있구나 를 먼저 알아차려야 한다. 내가 표현하는 감정이나 행동의 근원적 감정은 ‘두려움'이란 걸 알아차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만히 자신을 관찰해보자. 자신의 마음을 하나하나 해체하고 파고 들어가보자. 


얼마나 겹겹이 감정을 숨기고 있느냐에 따라 관찰의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다. 감정보다 이성이 발달한 경우 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두려워하고 있구나’라는 걸 반복적으로 알아차리는 것만 해도 많은 두려움은 해소될 수 있다. 


왜 두려워하는 지 바라보자. 근본적 해결을 원하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보자. 근원 감정이 두려움이란 걸 알아차린다면,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제 ‘왜 두려워할까’를 관찰해야 한다. 두려움을 없앨거야 라고 할 필요는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두려움이 왜 생겼을까 하는 것에 관찰해보자. 


과거의 어떤 직접적 경험일 수도 있고 간접적 기억일 수도 있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특히 무의식에 있는 경우도 많아 쉽게 관찰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천천히 스스로를 관찰해보자.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화두’를 가지고 시간이 될 때마다 바라보면 된다. 당신의 두려움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아차리는 순간, 그것으로 모든 것은 충분하다. 


다시 돌아가면 부모의 교육열이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면, 그리고 그 사실을 부모가 알아차렸다면 모든 것은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각도, 공부와 성적에 대한 태도도 기존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의 공부에 대해 포기한다거나 회피하게 된다는 게 전혀 아니다. 교육열을 그대로이지만 동기가 달라질 것이고 달라진 동기는 아이와의 소통을 변하게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정리하면 당신이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먼저고 두려움의 시작을 알아내는 것이 두번째다. 둘 다 ‘그냥' 알아차리기만 하면 되며 반복적으로 알아차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