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에 실망하지 말아야할 이유

지난 9월 28일(목)에 MBC 100분 토론에서 '대통령에게 듣는다'에 출현해 토론을 나누는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100분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이슈가 되고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개인적으로 지난 대선때 노무현을 지지했었다. '노사모'의 정식멤버는 아니었지만 가족들은 물론이고 주위 아는 사람들에게 '노무현 지지'를 요구하고 다녔으니 '준 노사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 벌어진 많은 일들, 탄핵에서부터 김선일씨 사망, 행정수도 이전 등을 겪으며 노무현에 대한 '적극적 지지'는 '방어적 지지'로 돌아서게 되었다. 어쩌면 '반대' 심리가 더 클 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보수세력들의 구태의연한, 불합리한 공격으로부터 지켜내고자 했던 한국사회 개혁을 노무현이나 열우당 스스로가 그 책임을 방기하거나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이 기회있을 때마다 언급했던 '끊임없는 개혁을 통한 왜곡된 한국사회의 정상화'에 대한 노력을 저버렸기에 그에 대해 지지를 거두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분 토론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해본다. 노무현에 대해 실망한 것은 그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며 실망이 곧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면 그나마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한국사회의 개혁은 물건너가고 보수같지 않은 보수세력으로 회귀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

요즘 '뉴라이트'라는 접두어를 붙인 단체들이 속속 나오는 것이 그 반증으로 보인다.

주변사람들이 노무현을 비난하는 주된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를 떠나, 먹고사는 게 힘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 찍었는데, 이제는 싫다"라던 택시기사의 말이 그를 보여준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경기에 대해 정부의 통제 범위는 많이 축소되었다. 그만큼 정부에서 과거처럼 좌지우지할 수가 없다. 더구나 카드대란에서 볼 수 있듯이 섣부른 경기부양은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악을 초래할 수도 있다.

양극화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는, 건설이나 자동차나 중공업 등 공장을 세워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게 소비를 진작시키고 그것이 또 공장투자를 늘리는 산업자본주의에서 대규모 일자리가 필요없는 IT산업이나 그야말로 돈이 돈을 버는 금융업이 번성하는 금융자본주의로 이동해가고 있다. 기존 있는 사람들은 더욱 벌고 없는 사람들은 벌기는 커녕 경제시스템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양극화가 오는 것이다. 그를 지탱할 복지는 성장에 밀려 신경도 못썼으니 서민들은 그야말로 무방비상태인 것이다. 그럼에도 내년 예산서 복지부문이 25% 정도로 책정되자 보수세력들은 조세저항을 부추기거나 대안없는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

말이 길어졌지만 경기불안을 노무현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다른 변수들도 많다라는 것이다.

내가 노무현을 지지했던 것은 그가 정치적 카리스마가 있어서도, 행정술이 뛰어나서도, 경제발전의 지도력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다만 부조리와 부패의 연결고리에 있던 보수세력이 정권을 못잡게 하고 그와는 전혀 무관해보였기 때문에 지지했던 것이다.

다만 조금 더 확실하고 강한 개혁을 보여주길 바랐던 욕심과 기대때문에 실망이 컸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로 회귀하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조금 힘들더라도, 돌아서 가더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싶다. 그것이 노무현에게 실망하지 않아야할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