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태의 원인은 이기준씨의 업무능력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그가 가진 도덕성, 수도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순결성이 아니라 일반 상식에 비추어본 도덕적 결함때문인 것이다.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위원들에 대한 비판 또한 그들의 업무능력이 아닌 도덕성에 대한 불감증에 대한 것이다. 지난 정권들을 생각하면 한나라당은 비판할 자격도 없다고 생각되지만...
이번 사태는 이 시대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보여진다.
물론 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산적하고 펼쳐야할 정책들도 많을 것이다.

그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 한가지다. 그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혔듯이 '끊임없는 개혁을 통한 왜곡된 한국사회의 정상화'이다. 그것은 지루하디 지루한 장기전이며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며 폼나는 성과물을 자랑할 수 있지도 않는 성질의 것이다.
더구나 임기 5년은 무엇을 하기에는 그리 길지 않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척박한 인력풀과 정보, 물리적 동원력을 가진 노대통령이 무엇인가 결과물을 내놓기란 짧디 짧은 기간임에 분명하다.
흔히 떠도는 "중요한 일과 급한 일 중에 우선순위는 중요한 일이다"라는 말처럼 당면한 수많은 급한 일 추진과 처리도 중요하지만 개혁이라는 중요한 명제는 한국사회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국보법을 비롯한 개혁법 처리나 각 개혁사안들에 대한 참여정부나 열린우리당의 행태는 실망스럽다. 뚜렷한 철학이 없어서인지 아님 다른 이유인지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여주어 지지자들의 기대에 못미치고 실망감은 결국 심리적 지지철회에까지 이르고 있다.
노대통령을 지지한 시민들은 노대통령 진영의 미비한 국정운영 공력탓에 발생하는 시행착오는 이해할 수 있다. 또 그로인한 보수세력의 공격에는 굳건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지지 철회는 물론 비판도 적극 개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사회 개혁의 출발점인 도덕성은 당연히 지켜져야 할 기본이다. 혼란스러운 행태를 극복하고 제걸음을 가야할 때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