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까마득히 오래전에 잠시 영국에 다녀온 뒤에 다시 유럽에 가리라 마음먹었지만 그렇게 쉽게 갈 수는 없었다. 돈과 시간이 전혀 낼 수 없었다. 직장생활과 결혼에 아이까지...그러던 중 건강에 이상이 오니 돈도 시간도 의지와 가치의 문제란 걸 알았다. 타인과 세상의 기준으로 삶을 판단하고 있는 날 발견한 것이다. 우연찮게도 이직 제의가 들어와 받아들이면서 한달 가까운 시간을 낼 수 있었다.마음을 먹고 나니 며칠만에 일사천리 준비. 8살짜리와 가는 여행이라 배낭여행은 무리일 것 같고 보다보니 자동차로 유럽대륙을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유빙( http://cafe.naver.com/eurodriving )이라는 까페를 발견했다. 신세계를 발견한 기분. 감히 상상하지도 못한 여행방법. 비행기를 예약하고 렌터카도 예약하고 도착한 날을 위한 호텔도 예약. 유빙에서 여행루트를 점검받고 갈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넷북에 집어넣고.
회사를 그만둔 바로 다음날 인천공항에서 유럽 도착지인 프랑크푸르트공항으로 출발. 다소 늦게 체크인하는 바람에 나만 가족과 떨어져 몸집 큰 외국인 사이에 끼여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13시간 남짓한 시간을 땀만 삐질...결국 프랑프루트공항에 도착.
Frankfurt am Mann |
미로와 같은 공항에서 지하 1층에 있는 렌터카 사무실을 찾아 안되는 영어로 서류를 받아들고 공항 주차장으로 갔더니 벤츠 180이 서있었다.
초긴장 상태에서 차량 이곳저곳을 살피는데 애들은 난리. 가지고 간 아이폰으로 맵을 켜고 예약한 호텔을 목적지로 정하고 떠났지만 익숙하지 못한 차량에, 신호체계와 도로, 외국이라는 환경탓에 길을 잃고 15분이면 갈 곳을 돌아돌아 1시간여만에 도착.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다들 피곤에 지쳐 잠이 들었지만 난 다음날 목적지와 호텔 예약을 위해 넷북 들고 씨름.
그렇게 유럽여행 첫날밤이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