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한국전자전'이 코엑스에서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5일동안 열렸습니다. 전자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 수준인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기기, 그리고 다양한 디지털 가전제품들이 선보여 한국 전자산업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첫째, 분명한 시장상황에 대한 분석 없이 그저 시류를 타고 제품 개발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이번 전자전에서 많은 기업들이 내건 제품 중의 하나가 MP3플레이어였습니다. 젊은이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제품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MP3 플레이어의 시장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는 시점에서, 더구나 더 많은 기능을 갖춘 경쟁기기들(예를 들면 MP3 플레이어 기능을 갖춘 휴대폰, PDA, 워크맨 등 통합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 속속 나오는 시점에서, 많은 기업들이 MP3 플레이어에 승부를 걸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상당수 기업들이 구체적인 수익전망이나 시장전망 분석 등 정밀한 기획없이(물론 각각의 기업마다 나름대로 타당성 분석이나 조사가 있었겠지만) 저마다 개발에 나서고 있는 듯이 보이는 것입니다. 한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 관계자는 "멀티미디어 시대이니 잘 될 것"이라며 "내수보다는 수출에 주력하겠다"는 추상적인 기대를 내보이기도 했습니다.
둘째, 네트워킹이 제대로 되지 않는 디지털 기법을 채택한 전자제품들이 마치 당장 네트워킹이 되는 것처럼 소개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역시 예를 들어보죠. 홈오토메이션(홈네트워크)을 내세우고 있는 디지털 냉장고 등 홈 가전제품들을 들여다보면 네크워킹이 완전히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홈오토메이션이 완성되려면 기술표준이 이루어지고 보안 솔루션이 전제되어야 된다"라고 한 가전업체 담당자가 실토했듯이 네트워킹이 되지 않는 디지털
가전제품은 값만 엄청나게 비쌀 뿐 실제 효용가치는 떨어집니다. 더구나 기술표준이 정해지면 소비자는 아예 새 제품을 사거나 최소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수고를 들여야 할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기업들이 손놓고 개발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소비자를 고려해 최대한 호환가능한 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과대광고를 해서 소비자를 현혹해서도 안되겠죠.
디지털화도 좋고 신제품 개발도 좋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소비자의 입장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