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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다' 논란,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니힐이 2009. 11. 10. 08:30

TV 프로그램 '미수다' 논란에 휘말렸다. 한 출연자의 "키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는 발언이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출연자는 미니홈피를 통해 대본에 있는 내용이라고 했으나 제작진은 대본이 그렇지 않다라고 반박하면서 진실게임으로 흘러가고 있다.

논란된 '키작은 남자=loser' 양측 책임전가한 '진실게임' 추태! <TV데일리>>

모든 것이 그렇지만 방송프로그램도 사이클이 있다고들 한다. [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라는 흐름이 있다. 나름 자리잡은 프로그램은 그렇고 자리잡지 못한 프로그램은 진입단계에서 나가떨어지게 된다.

2007년 프로그램을 시작한 '미수다'는 초기에는 한국에서 일시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사회를 본다는 취지로 인기를 얻었다.  더구나 다양한 국가에서 온 여성 - 소위 말하는 미녀인지는 아닌지 모르겠지만 - 들이 출연한다는 특성때문에 보기에 편한 느낌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당초 취지대로 프로그램의 시청을 이끌어내는 핵심은 한국사회의 재발견이지 출연자들의 외모나 아슬아슬한 옷태가 아니었다. 주제 또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 생활양식이라든 가족생활이라든지 아이들과 봐도 무리가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출연자들의 외모가 중요시되는 듯 보이고 아이들이 보기에 민망한 옷차림은 물론이고 주제 또한 그 또래에서만 통할 수 있는 놀이문화나 남자친구라든지 그런 것들이 조금씩 내용을 달리해가며 진행되는 것을 많이 보게 되었다. 물론 나온 출연자 대부분 어렵지 않은 환경 출신이기에 가지는 한계는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말이다.

다양한 문화의 간접체험이라든지, 재미있게 한국사회를 재발견하는 기회들은 사라지고 여성의 상품화, 미적 기준의 획일화, 외모중심의 사고 등이 프로그램 내내 횡행하게 된 것이다. 프로그램의 질은 떨어지고 2007년 14.5%라는 시청률로 동시간대 예능 1위에서 2009년 8.9%로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수다' 논란은 어쩌면 언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녀들의 수다'에서 시청자가 바라는 것은 '수다'이지 '미녀'가 아니기 때문이다. 왜 한국 캠퍼스퀸 - 아직도 그런 구시대적 유물이 남아있는 지도 의문이지만 - 이 나와 무슨 수다를 떨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다양한 경험을 쌓는 외국과 달리 공부만 했을 법한 한국의 20대 대학생이 한국사회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고.

프로그램이 명맥만 유지하지 말고 초발심으로 돌아가든지 포맷의 대혁신으로 거듭나든지 아니면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대체되는지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