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관계와 배려

니힐이 2009. 9. 11. 17:09
얼마 전 아이가 옆집 아이와 놀기 싫다고 하길래 나와 와이프는 '성격이 맞지 않는 친구와도 잘 지내는 게 좋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다.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로 듣고 있던 아이는 결국 울먹거리며 "그래도 놀기 싫은 건 싫어"란다.

실은 성격이 활달하고 당찬 우리 아이와 달리 옆집 아이는 조용하고 순한 스타일이었다. 더구나 옆집 아이는 활달한 우리 애가 여러모로 부러웠는지 우리 애한테만 성질을 부리곤 했었다. 속된 말로 둘은 궁합이 맞지 않는 스타일이다.

울먹이는 아이를 보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울컥해 "울면 지는 거야"라며 의사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리쳤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는 아이는 울지 않았다, 최소한 내 앞에서는. 나나 와이프가 혼내면 울곤하던 아이는 울지 않았다. 그렇다고 울음을 참지는 않는 것 같고 씩씩해진 것 같았다.

막상 울지 않는 7살짜리 딸을 보니 알 수 없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 좀 큰 것 같아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전 명상시간에 깨달은 건 '내가 아이한테 무슨 짓을 했나' 였다.
아이는 씩씩하거나 대범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을 숨기는 일을 배우고 있던 것'이었다. 
더구나 내가 싫어하고 벗어나고자 하는 경쟁이란 것을 '울면 진다'라며 권위주의적인 방식으로 아이한테 강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행했던 많은 것들이 진정으로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에는 나의 행복을 위해서 아이의 행복을 빼았은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배려란 타인의 존재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진리를 이제서야 조금 깨닫기 시작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