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오늘 대구에 내려갔다. 내가 살던 집, 아내의 시댁에 내려갔다.
저녁 집에 들어서기 전에 올려다보니 늘 켜져있던 밝은 불빛은 어둠으로 변해있었다. 잠시동안이지만 들어가기가 싫었다.
예전 촌놈이 서울 상경해 살던 때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길을 돌아 하숙집 앞에서 늘 서성이곤 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언젠가 보았던 사주에 '외로운 숲속의 호랑이'처럼 혼자있는 게 늘 싫었던 당시 어두컴컴한 하숙집에 들어가는 게 그렇게도 싫었다. 그래서 구태여 골목길을 빙빙 돌아 늦게 들어가곤 했다.
더구나 숫기까지 많지 않았던 난 서울생활에도 쉽게 적응하지 못해 발이 넓지 않아 학교생활도 처음엔 힘들어했다. 차츰 시간이 갈수록 주위에 친구들도 생기고 아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외로움의 기억들은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외로움은 아주 가끔씩은 엄습하고는 했다.
그래서 그런지 결혼은 나에게 그런 외로움을 느낄 틈을 주지 않아서 좋았다.
가끔 싸우고 서로 상처를 주지만 그래도 "난 아내가 있어 좋다"
이런저런 이유로 오늘과 같이 아내가 집에 없으면 다시 외롭다...주위사람들은 해방이네 뭐네 하겠지만 난 외롭다.
그리고 예전 외로웠던 감상들이 떠올라 싫다...